
휴가 여행기 세비야1 2014/04/02 22:59

휴가 여행기 세비야 1 2014/04/02 22:51
극 장 劇 場 그래비티- 우주,알폰소 쿠아론, 중력의 무게 2013/12/01 16:28
나의 점수 : ★★★★★


1년 365일 회진을 도는 우리 병동,매일 출근한다는 사실이 직업인으로는 자부심을 느끼지만
동시에 이런 명절이면 생활인으로서, 한가정의 딸이자 동생이자 고모로서 조금은 서글프게 마련이다
커피한잔,아이스크림 한컵하자는 당직자들의 소소한 낭만을 꿈꾸며 응급실의 끊임없는콜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던 저녁 일곱시 반. 암부배깅-산소마스크를 통한 양압환기-을 하며
의식이 없는 5세 남아가 찾아왔다. 그리고, 오열하는 보호자의 얼굴이 참으로 낯익다.
아,동글이 아버지!
동글이는 지난 5월에 신증후군으로 입원했던,웃는얼굴이 천사같이 예뻤던 아이였는데
어린이날 외출할때도 24시간 소변검사를 위해 소변통을 들고 놀이공원가서 놀았다던
그 동글이가, 동공이 다 열리고 의식은 반혼수상태로 엄청난 토사물과 점점 느려지는 맥박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어레스트 방송이 나가고 응급실에 있는 주변 인력을 모아
석션 기관삽관 라인확보 그리고 심폐소생술 후, 겨우 맥박은 돌아왔고 아직도 열려있는 동공과
아무런 반응없는 아이를 암부백을 짜며 CT 를 찍으러 갔다.
그리고,이 사진은 CT실 유리벽으로 보고 짐작하였으되,참으로 인정하기 싫었던
단순히 질식으로 인한 의식저하가 아니라 뇌압상승으로 인한 구토와 흡인성폐렴을 강력히 시사하는,
뇌출혈 그것도 꽤 많은 양의 뇌내출혈과 뇌실출혈이 동반되어있었다.
초조해하는 아버지에게 중환자실 치료를 할 것이고, 수술과 처치는 신경외과 선생님과 상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다시 응급실로 갔다. 그렇게 동글이는 콧줄을 꽂고 입에는 기관삽관을 하고 목주변에는 중심정맥관을 꽂고
소변줄을 꽂고 팔에는 수액라인을 꽂고, 길다란 줄이 주렁주렁 온몸에 달린채 기계에 의존해 호흡을 연명하고 있었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데 무엇을 더 도와줄수 있을까,
의국사정으로 수술이 불가하다는 신경외과의 답변을 듣고 동글이는 결국 타병원으로 전원을 가게 되었고
역시나 낯익은 엄마.아기를 사랑하되, 병에대해 불안해하지 않던 씩씩하고 분별력있는 엄마도 연신 초조한 얼굴로
아기를 이송하는 앰불런스에 탄채 인사를 하고 떠나보냈다.
우리는 동글이를 보내주고 나서,예정보다 한참 늦게 당직실에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들이켰고
동글이의 치료와 그 가족을 위해 기도를 하고 헤어졌다
지금은 세벽세시
아마도 지금쯤 동글이는 수술방에서 나왔을까. ICU 에서 대기중일까.
눈앞에 아른거린다.
메마른 감성에 최근본 그 어떤 슬픈 영화보다 드라마보다 사진보다, 이 흑백의 CT 사진은
나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자러가야지,내일이오잖아,생각하면서도 자판을 두드리는 나는
여전히 동글이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신증후군으로 인해 혈전이 생겼고 이것이 뇌혈관을 막아 생긴 출혈일까
원래 모르고 있던 뇌내 혈관 기형이 터진 것일까
검색하고 찾아보아도 영 시원치가 않다.
동글이를 치료하는,그 모든 성장과 남은 삶을 책임지실 하나님이 이밤에 이새벽에도 깨어서 지키실 것을 기대하며
잠을 청하러 간다. 내일, 아니 몇시간 후면 사랑스럽고 귀여운 조카들과 가족들이 찌든 내 피곤을 이해하고 반겨주겠지,
연락 좀 자주하라는 남자친구의 타박을 육성으로 들으면 잠시나마 이 사진은, 잊혀지고 생활인으로 변신해 있겠지.
#1.370g 2013/08/06 03:50
오늘 응급실 당직은 여느때보다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첫 콜은 환자 전원 문의.........가 아니라
환자 이송 통보였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병원 인근 모텔에서 18세 산모가 아기를 출산하는 중으로
현재 본원으로 이송중입니다. 산모 정보와 신생아 예상주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응급실에서 분만을 할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다급하게 베이비카와 이머전시 박스를 들고 내려갔다.
모든 당직이 총출동하여 대기하고 있는데
환자가 오지 않았다.
사산되었고 산모는 치료를 거부한다, 라고 들었다.
다행이면서도,허탈하게 우리는 철수했다.
우리못지않게 긴장탄 신생아실 나이트턴 간호사들에게
깜찍한 선물로 베이비카 안에 검은 봉지에 들은 커피를 선물했다.
두시간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사산된 태아는 어떻게 처리하냐고 물었는데
나를 비롯한 윗년차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아는바가 없다고
전달했지만, 결국
회색 포에 덮인 아기가 왔다.
응급의학과 교수님과 함께 짐짓 태연한 척 숨을 고르고
포를 열어보니 태반과 함께 370g 의 핏덩이 같은 아기가
오른 팔이 잘린채로 누워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생각보다 차분했고 추정되는 임신주수는
20주 미만, 소생이 어려운 주수였다.
(국내에서는 23주, 내가 소속된 유닛은 25주를 기준으로 소생가능성을 본다)
확인해야할 기초정보만 듣고 아이의 엄마,
내눈에는 또한명의 아이가 영안실로 향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부축을 받고 걸어간다.
진료 받아야 한다고 설득해도 완강히 거부하는데다가
미성년자라서 보호자의동행이 필요한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
사망기록을 확인하고,
당직실로 향하는 내 발걸음도 무겁다.
119 구급대원의 기록지를 보고 추정해 본다.
모텔방에서 진통을 겪고 화장실에서 눈코입과 팔하나와 다리두개
눈을 뜨지 않고 숨도 쉬지 않는 작은 아기와
핏덩어리같은 태반이 나오고 난 후
어찌할줄을 몰라 결국 신고하고
출동한 대원들을 보고는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우기는 열여덟의 산모
저는 소아과 의사입니다. 산모를 진료하지는 않을거에요.
아기 상태를 확인하러 왔어요.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가 끝나고,
돌아서다가,
한마디를 더해주고 왔다.
수고했어요.오늘, 고생많았어요.
경찰에서는 부검이 필요할 수도 있어
아기의 시신을 냉장보관하겠다고 한다.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every heart that is breaking , tonight
Is the heart of a child that he holds in his sight.
아버지가 누구이든, 네 과거가 어찌했든, 너의 어린날의 치기였든, 너의 당당한 선택이었든, 실수였든 간에
부디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온기 없이 세상에 나왔다 해도 너는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한 엄마였다.
그것은 책임과 의무를 동반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부디 너의 몸과 마음이 모두 엄마가 될 준비가 되었을때는
지금의 기억에서 자유하고 두손을 뻗어 안아주고 사랑해주기를 바래본다.
네가 치료를 거부했던 것은 낙인이 찍힐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리라 짐작해본다.
그러기에 나도 오늘 확인한 너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럴때는 나의 짧은 기억력이 고맙게 여겨진다.
이 글 속에 털어버리고 너의 미래를 위해기도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핏덩이 같은 370g의 태아는 나에게 쉬이 잊혀질수 없을것같다.
나의 못다한 이야기는 여기에 고이접고 이제 잠을 청해야 겠다. 세시 사십구분 이천십삽년 팔월 육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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